[회화]제36회 대한민국장애인 미술대전 기획전 < 감각분화: 나란한 차이들 > 2026. 9. 17 - 9. 21_1관,3관,H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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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대한민국장애인 미술대전 기획전 

< 감각분화: 나란한 차이들 >


✔ 2026. 9. 17 (목) ~ 9. 21 (월)

✔ 1관,3관,H관

✔ AM 11:00 ~ PM19:00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0

✔ 무료관람

✔ 갤러리 문의 : 010 3393 8780

✔ 화요일은 설치 철수로 인해 전시관람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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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분화 感覺分花》: 나란한 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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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의 감각으로 세상을 만난다.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같은 소리를 들어도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한다. 누군가에게는 금세 지나가는 작은 자극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기도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같아 보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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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꽃들도 모두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지는 않는다. 피어나는 시기도, 꽃잎의 모양과 빛깔도, 향기가 머무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어떤 꽃이 다른 꽃보다 더 제대로 피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은 비교하거나 고쳐야 할 차이가 아니라,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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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분화 感覺分花》는 이러한 풍경에서 출발한다. 전시 제목의 ‘분화(分花)’는 하나의 뿌리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의 이미지를 빌려 만든 말이다. 여기서 꽃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감각과 경험을 비유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무엇이 더 있거나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감각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온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전시는 이러한 차이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개화(開花)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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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몸’의 역할에 주목했다. 조금 쉽게 생각해보면 이렇다. 우리는 세상을 생각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몸을 움직이며 주변의 공간을 경험한다. 같은 계단도 누군가에게는 쉽게 지나가는 길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몸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의식해야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같은 빛과 소리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강도와 느낌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몸은 단순히 감각을 받아들이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만나고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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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다는 것은 같은 세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감각을 나의 기준으로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익숙했던 자신의 시선을 잠시 열어두고 작품 앞에 머물다 보면, 평소에는 지나쳤던 색과 형태, 표면의 흔적과 움직임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낯선 감각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의 경계를 조금씩 움직이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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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감각을 통해 주변의 사물과 풍경, 기억과 시간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옮겨왔다. 서로 다른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한 공간 안에 나란히 놓이며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겹쳐진다. 하나의 작품에서 시작된 시선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고, 작가가 남겨놓은 흔적 위에 관람객 자신의 기억과 경험이 더해지기도 한다. 이때 전시장은 완성된 의미를 전달하는 장소라기보다, 서로 다른 감각과 경험이 만나고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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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만남은 우리가 사용해온 감각의 범위를 조금 더 넓힌다. 눈으로 바라본 형태에서 촉감을 상상하고, 반복되는 움직임에서 보이지 않는 리듬을 느끼며, 하나의 이미지에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새로운 감각을 얻는다기보다 이미 우리 안에 있었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을 발견하는 것이다. 타인의 작품을 바라보는 경험은 이처럼 다른 사람의 세계를 향하는 동시에, 다시 자신의 몸과 감각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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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발견은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어진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렇게 느끼지만, 누군가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관계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차이를 없애거나 하나의 기준에 맞추는 대신 서로 다른 존재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공간에 머물 수 있는 것,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함께 있음’은 이러한 상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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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 앞에서는 오래 머물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금방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어떤 것은 편안하고 또 어떤 것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 모든 반응은 각자가 작품을 만나는 하나의 방식이다. 다만 그 사이에서 한 번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내 곁의 누군가는 이 세계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꽃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피어나 함께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감각분화 感覺分花》는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를 간직한 채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풍경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