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먼저 잠드는 마음 전효진, 정연화 초대전] 1관 1. 25 ~ 2. 12


따뜻함이 느껴지는 겨울의 끝자락,

갤러리 인사1010에서 정연화, 전효진의 2인전 “먼저 잠드는 마음”을 준비했습니다.

사진가 정연화와 일러스트레이터 전효진의 

사진과 그림 그리고 오브제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얗고 넓고 차가운 얼굴이지만

따뜻하게 안아주고 덮어주는 마음


이라는 작가의 글귀처럼

언어가 되지 못한 그 마음들을 오롯이 느끼시는 시간되시길 바라며.



 

먼저 잠드는 마음


[전효진]

먼저. 잠드는 마음

오래 전 정연화의 블로그에 이름처럼 붙어 있는 구절이었다.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때, 깨어 있는 누군가를 곁에 두고 먼저 눈을 감는 어떤 얼굴을 떠올렸다. 


여기에 함께 있고 싶으나 도저히 쏟아지는 졸음을 감당해 낼 수 없는 안쓰러운 얼굴. 

미안,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이만 일어나야겠어. 잘 있어. 

눈 앞에서 출렁이는 문짝이나 까무룩 떨궈지는 어깨같은 것을 상상했다.


인사동에서 전시를 약속하고 준비가 시작되었을 때 정연화는 춥고 매섭고 넓은 사진을 걸고 싶다 했다. 


걸어 온 길과 가야 할 길이 가려진 막막한 겨울 사진을. 눈보라를 이기고 추위에 맞서 찍은 사진들을 걸어 볼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떠올린 것은, 그 모든 추위와 혹독함을 이불처럼 덮고 가만히 다른 세상으로 가는 잠이었다.

새롭게 움직일 힘을 모으는 잠. 깨어날 때를 아는 잠.

연화 언니, 언니는 눈으로 본 세상을 붙들잖아. 기억하지? 내가 어디 가서, 와! 여기 정연화 사진 많다. 

언니가 와서그냥 주워 담기만 하면 되겠어! 하고 말하는 거. 언니 사진을 하도 보다 보니 언니의 시선까지 배우게 됐나 봐. 

그래도 정연화는 정연화지. 같은 데서 같은 걸 보는데도 신기하게 언니의 카메라엔 늘 다른 게 담겨 있고 

그 때마다 나는 모두에게 각자의 눈이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실감해. 언니는 그렇게 계속해서 밝은 눈으로 순간을 붙잡아. 


나는 감은 눈으로 본 걸 그려 볼게. 이를테면 꿈같은 것. 꿈에서 가 본 산. 꿈에서 만난 강아지. 꿈에서 먹어 본 열매 같은

것들. 그리고 눈이 감긴 이들을 그려 볼게. 내가 여기 깨어 먼저 잠든 이들의 얼굴을 보는 거야. 우리는 뜬 눈으로도

감은 눈으로도 빛을, 그림자를 볼 수 있으니.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되고, 나는 정연화에게 먼저 잠드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물었다.


나에게 여러가지 마음들이 있는데 그 중 어떤 마음은 다른 마음보다 먼저 잠드는 것 같았어.

하나 둘 힘 없이 꺾여지는 마음. 체념이나 좌절과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먼저 잠드는. 마음

나는 원작을 오독했지만 그래서 좋았다. 


어떤 말들은 그릇이 커서 많은 것을 담으니까. 언니의 말에 오솔길이 많아서 좋았다.






[정연화]


오래된 마음을 물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무언가 마음을 설명하기란 너무 어려웠고 

한참을 더듬다가 겨우 찾아낸 말은 아마도 그런 것 아닐까..정도


어린 마음들로 헤매던 시절의 언어는 힘없이 잠들어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언어가 되지 못한 마음들.


바라보는 마음, 향하는 마음, 뒤돌아서는 마음, 헤아리는 마음, 저무는 마음, 반짝이는 마음, 시작하는 마음, 잃어버린 마음, 

기억하는 마음, 나뒹구는 마음, 애쓰는 마음, 위로 받는 마음, 깨어나는 마음, 잠드는 마음

어느 날 찍기 시작한 사진들은 나의 언어가 되어 엉킨 마음을 대신했다.


겨울의 마음은 물을 향했다.


하얗고 넓고 차가운 얼굴이지만

따뜻하게 안아주고 덮어주는 마음.




 



✔ 2023. 1. 25(수) - 2.12(일)

✔ AM 11:00~PM 19:00.

✔ 인사1010 갤러리 1관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0 

✔ 무료입장

✔ 전시기간 중 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