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 앞에서 우리는 종종 멈추어 선다. 익숙한 듯 낯선 공간, 분명 현실이지만 어딘가 꿈결처럼 부유하는 장면. 나의 작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 현실과 상상의 틈, 낮과 밤의 경계, 바깥의 풍경과 내면의 감정이 만나는 접점에서 나는 나만의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림 속의 공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 같지만, 어디에도 정확히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지의 빛과 그림자를 스케치하듯 담아내면서도, 기억 속에만 있는 온기와 감각을 재구성한다. 풀장 위로 흔들리는 물결, 햇살이 머무는 정원, 유리창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모두 나에게 하나의 감정 언어다. 그 언어는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감정이 지닌 온도와 색채를 담고 있다.
나는 ‘낮과 밤 사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시간의 전환기, 하루가 끝나기 전의 서늘함과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기 전의 미묘한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 내 작업은 바로 그 모호하고 유동적인 시간에 머물고자 한다. 완전히 밝지도,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그 시간대에는 우리가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머문다. 그것은 설렘일 수도 있고, 기다림일 수도 있으며,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일 수도 있다.
이 공간들은 실제의 건축물과 가구, 식물에서 영감을 받지만, 나는 그것을 재배치하고 왜곡해 낸다. 열대의 식물들은 더 강렬한 색으로 빛나고, 그림자들은 의도적으로 길게 늘어진다. 수영장 위의 물결은 현실보다 더 장난스럽고, 때로는 한없이 고요하다. 이 모든 것은 외부 세계를 모방하기보다 내면의 감각을 드러내는 장치다. 빛의 결을 따라 움직이는 나의 기억과 감정이 화면 위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이다.
내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이 “저기 어딘가에 내가 있던 것 같다”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품은 특정한 장소를 재현하기보다는, 감정의 풍경을 초대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느끼던 여름날의 환상, 여행지에서 문득 마주친 자유로움, 혹은 혼자 남겨졌을 때의 공허함까지도 이 장면 속에 깃들어 있다.
결국 나의 작업은 ‘마음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현실과 상상이 겹쳐지고, 과거와 현재가 스며드는 한 장면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탐색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감정들을 하나씩 끌어내어 새로운 서사로 바꾸어 놓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은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내적 여행이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건네는 조용한 인사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그림들을 통해 나 자신의 감각을 기록하고, 동시에 관객이 각자의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싶다. 그리하여 어느 한낮의 뜨거운 풀장, 이국적 정원의 그늘, 밤을 향해 스며드는 푸른 빛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문혜란 개인전
<낮과 밤 사이>
✔ 2025.10. 15(수) ~ 10. 20(월)
✔ 1관
✔ AM 11:00 ~ PM19:00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0
✔ 무료관람
✔ 갤러리 문의 : 010 3393 8780
✔ 화요일은 설치 철수로 인해 전시관람이 불가합니다.
낯선 풍경 앞에서 우리는 종종 멈추어 선다. 익숙한 듯 낯선 공간, 분명 현실이지만 어딘가 꿈결처럼 부유하는 장면. 나의 작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 현실과 상상의 틈, 낮과 밤의 경계, 바깥의 풍경과 내면의 감정이 만나는 접점에서 나는 나만의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림 속의 공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 같지만, 어디에도 정확히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지의 빛과 그림자를 스케치하듯 담아내면서도, 기억 속에만 있는 온기와 감각을 재구성한다. 풀장 위로 흔들리는 물결, 햇살이 머무는 정원, 유리창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모두 나에게 하나의 감정 언어다. 그 언어는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감정이 지닌 온도와 색채를 담고 있다.
나는 ‘낮과 밤 사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시간의 전환기, 하루가 끝나기 전의 서늘함과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기 전의 미묘한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 내 작업은 바로 그 모호하고 유동적인 시간에 머물고자 한다. 완전히 밝지도,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그 시간대에는 우리가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머문다. 그것은 설렘일 수도 있고, 기다림일 수도 있으며,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일 수도 있다.
이 공간들은 실제의 건축물과 가구, 식물에서 영감을 받지만, 나는 그것을 재배치하고 왜곡해 낸다. 열대의 식물들은 더 강렬한 색으로 빛나고, 그림자들은 의도적으로 길게 늘어진다. 수영장 위의 물결은 현실보다 더 장난스럽고, 때로는 한없이 고요하다. 이 모든 것은 외부 세계를 모방하기보다 내면의 감각을 드러내는 장치다. 빛의 결을 따라 움직이는 나의 기억과 감정이 화면 위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이다.
내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이 “저기 어딘가에 내가 있던 것 같다”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품은 특정한 장소를 재현하기보다는, 감정의 풍경을 초대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느끼던 여름날의 환상, 여행지에서 문득 마주친 자유로움, 혹은 혼자 남겨졌을 때의 공허함까지도 이 장면 속에 깃들어 있다.
결국 나의 작업은 ‘마음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현실과 상상이 겹쳐지고, 과거와 현재가 스며드는 한 장면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탐색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감정들을 하나씩 끌어내어 새로운 서사로 바꾸어 놓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은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내적 여행이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건네는 조용한 인사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그림들을 통해 나 자신의 감각을 기록하고, 동시에 관객이 각자의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싶다. 그리하여 어느 한낮의 뜨거운 풀장, 이국적 정원의 그늘, 밤을 향해 스며드는 푸른 빛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